관계의 시작
아무래도 둘이 막 불타올라서 어디서나 몸을 맞출 캐릭터들은 아닐 것 같아요. 한창때의 남자 성인들이지만 아직 서로를 탐색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찰스의 경우 이미 일라이 관찰을 끝마친 상태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요. 이걸 조금 시간이 지난 입장으로 말하면 한 번 시작하면 매우 자연스럽게 몸을 맞출 페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요.
그런 둘의 시작은 어땠을까. 둘은 어쩌다 몸을 섞게 되었을까?, 도 그의 연장선 같습니다. 탐색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언젠가는 하게 될 일을 하게 되었다는 느낌의 페어일 것 같아요. 일단 두 사람이 연인이 되었다는 건 어느 정도의 성욕을 가져도 된다!는 보증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니까요.
아마 상대를 더 알고 싶다는 욕망에서 비롯되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일라이는 평생 큰 변화 없었던 찰스의 얼굴이 변하는 순간이 이런 순간에도 변하지 않을지 궁금해서, 찰스는 그저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일라이가 좀 더 궁금해서. 아마 이때까지 두 사람은 서로의 포지션에 대해 큰 생각이 없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다만 두 사람이 사귄다는 걸 아는 지인들이 가끔 궁금해서 질문을 던져본 적은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두 사람은 그런 물음을 들으면 무례하다고 쳐내겠지만, 이로 인해 한 번쯤은 생각해 본 적이 있었겠죠. 누가 아래로 향하는가.
찰스는 아마 일라이의 선택에 맡기겠다고 했을 것 같은데, 일라이는 그 대답에 순간 깔아볼까? 생각해 보다…찰스의 키를 보고 한 수 접어줬을 것 같습니다.
네, 제가 생각하는 커플링 순서는 찰스x일라이입니다.
첫 관계
평소처럼 일라이는 담배를 피웁니다. 지겹게 따라붙는 파파라치, 카메라를 때려 부수긴 하지만 저 파파라치들에게 거대한 엿을 먹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마법을 쓰면 간단한 일이겠지만, 일라이는 마법사의 힘을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은연중에 점점 지쳐갔지만, 최근에는 그나마 낫습니다. 찰스가 옆에 있으니까요. 일라이에게 있어 찰스는 본인을 내보여도 되고, 자신을 잘 아는 편안한 상대입니다. 그래서 지쳤을 때는 일부러 찰스의 얼굴을 보고 싶어 하는 날도 많았죠.
첫 관계를 맺은 날도 그런 날이었을 것 같습니다. 일라이가 연예계의 일면에 환멸을 느낄 때, 불합리에 흥분해 있던 상태일 때. 자기 파괴적인 욕구에 시달리는 일라이는 담배로 해결되지 않은 욕구를 해결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마침 옆에는 찰스가 있었네요. 일라이는 찰스를 침대 위로 넘어트립니다. 찰스는 일라이의 파괴적인 측면이 보이는 그런 행동이 마냥 마음에 들지만은 않을 것 같아서, 의구심을 가지고 정말 이렇게 하게?라는 후회하지 않겠느냐는 뉘앙스의 물음을 던지지만 일라이는 어차피 깔리는 건 나다. 라고 밀고 나갈 것 같네요. 대답을 들은 찰스는 잠시 고민하지만 이내 넘어가 주죠. 제어하지 못할 만큼은 아닌 것 같고, 자신을 의지하는 것도 꽤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 상대가 일라이니까요.
그렇게 맺게 된 첫 관계, 일라이는 더럽게 아프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둘 다 성행위에 익숙한 타입이 아닐 것 같다는 게 가장 큰 이유죠. 아마 호기심에 남자끼리 하는 걸 찾아봤을 수도 있겠지만, 철저히 공부를…할까? 싶기도 합니다. 일단 이론상으로는 할 수도 있겠지만 둘 다, 남의 성행위를 보고 관심을 가질 타입은 아니니 그걸로 공부할 것 같지는 않아서요. 그리고 둘째는 아마 찰스의 키 상, 페니스가 상당히 큰 축에 속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당연히 아플 수밖에 없겠죠. 그걸 본 일라이는 순간 괜히 자신이 깔린다고 했나? 순간 후회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관계에 있어 찰스는 몸의 욕구보다는 일라이의 표정 변화를 흥미로워하고, 관찰하는 쪽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변태처럼 집요하다, 는 말을 종종 들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럼 찰스는 억울해하겠지만요. 그를 관찰해보자면 어떤 판타지가 있는 섹스라던가, 특이한 섹스보다는 여러모로 평범한 타입의 섹스를 즐길 것 같습니다. 다만 상당히 절정에 이르는 속도가 늦어서 느긋함을 즐길 것 같기도 하네요.
일라이는 처음에는 이런 행위가 뭐가 좋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익숙해지면 나름 즐기는 타입이 아닐까 싶네요. 담배를 즐겨 찾는 것처럼, 섹스도 연인과 하는 것이라면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마 본인의 기분이 나쁠수록 거칠게 하는 걸 좋아하는 타입일 것 같기도 합니다. 머리도 몸도 욕구에 어느 정도로 솔직해서(적어도 자기 욕구를 외면하는 타입은 아니기에) 절정에 이르는 속도가 딱 적당한 수준일 것 같네요.
둘은 모두 정석적인 자세를 즐길 것 같습니다. 특히 찰스의 경우, 얼굴을 마주 보고 하는 자세를 선호할 것 같네요. 뒤로 하는 자세는 가끔 일라이가 땡기는 날 할 것 같습니다.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날이라거나, 좀 정신이 나가고 싶은 날…이 그런 날이 아닐까 싶네요. 뒤로 하면 찰스의 몸무게가 있는 만큼 깊게 박히니까요.
굳이 특정 장소를 선호한다, 라고 말하기엔 애매하지만 둘 모두 야외 섹스보다는 실내 섹스를 선호하며 그중에서도 보안이 철저한 호텔이나 집을 좋아할 것 같습니다. 싸구려 호텔은 가지 않아요. 냄새도 구리고, 보안도 구리고, 직원들의 서비스도 엉망이고. 사생활에 민감한 스타가 있으니까요. 찰스도 굳이 그런 위험성을 좋아하는 타입이 아닐 것 같고요. 이런 의미로 아마 둘의 관계는 외국이 아닌 한 집이 압도적인 빈도를 차지할 것 같습니다.
일상
둘이 어느 정도 관계의 익숙해지고 나면, 상당히 화끈하게 하는 타입일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을 때는 돌려 말하지 않고 상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캐릭터들이니까요. 누가 주로 먼저 상대에게 섹스어필을 하나 생각해 보면 주로 일라이가 하고 싶어 할 때, 찰스가 받아들이는 쪽의 관계일 것 같습니다. 찰스도 욕구야 있겠지만, 일라이와 비교했을 때는 미미한 수준일 것 같으니까요. 일라이는 아마 성인 남성 평균 정도로는 있으나, 오랜 연예계 생활로 억누르는 타입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찰스와 만나니 굳이 조절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진 거죠. 또한 일라이에게 있어 섹스는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제3의 해결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 것 같기도 합니다. 한 번 하고 나면 체력을 소진해서, 다른 것들이 잘 생각나지 않으니까요.
둘의 체구를 생각해 보면 상당히 커다란 침대를 사용할 것 같은데, 그 침대에 둘이 누우면 다 채우고도 남을 것 같네요. 아마 진작 사놨기보다는 관계를 가지면서 큰 침대의 필요성을 느껴 사게 된 타입이 아닐까 합니다. 둘 다 돈에 쫓겨 사는 타입은 아니니까요.
첫 경험으로부터 깨달음을 얻은 두 사람은, 이후 전희를 길게 즐깁니다. 정확히는 찰스가 길게 즐기고, 일라이가 빨리 안 하고 뭐 하냐는 듯이 쳐다볼 것 같은 타입이네요. 일라이는 마음이든 몸이든 간지러운 걸 잘 못 견디는 타입일 것 같아요. 하지만 찰스는 일라이가 고통스러워하는 걸 그다지 원하지 않아, 아마 평소의 웃는 얼굴 그대로 공들여서 손가락을 하나 둘 늘리는 방향으로 풀어줄 것 같습니다. 다만 찰스는 몸 크기가 커다란 만큼, 손가락 하나도 꽤 커서 일라이는 차이를 잘 못 느낄 것 같습니다. 찰스의 손이 아래 닿을 때면 일라이는 늘 긴장한 상태일 것 같네요. (이럴 거면 차라리 넣지 그래. 같은 대사를 칠 것 같기도 하네요) 바이브레이터 같은 도구를 쓰는 생각도 해봤지만, 아마도 둘 다 그다지 선호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그다지 반응이 없었던 일라이는 갈수록 찰스의 손에 익숙해질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손과는 다르게 찰스의 손은 좀 더 커서 느낌이 다르다는 걸 깨닫고, 찰스의 손이 닿으면 자동으로 몸이 섹슈얼한 느낌으로 반응이 오는 식으로요. 그래서 일할 때는 가능한 자신을 터치하지 않을 것을 권고할 것 같기도 합니다. 작품을 찍는 중(직장에서)에 하고 싶진 않으니까, 라고 말하면서요.
어느 날은 찰스가 일라이에게 리밍을 시도하는데, 일라이가 이걸 무척 싫어할 것 같네요. 아마 본인의 신음도 상당히 어색해하는 타입일 것 같습니다. 찰스는 관계에 있어 기본적으로 일라이가 싫어하는 걸 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 순순히 물러날 것 같습니다. (전희를 길게 하는 것과는 별개로요.)
몸이 대강 일관적인 형태를 취하는 찰스와 다르게 일라이는 작품 생활 중 몸 관리를 철저히 하는 편이기에 관계 시기에 따라 몸의 변화가 선명해서, 그걸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일라이는 찰스가 자신의 몸을 빤히 관찰하고 있으면, 괜히 성질을 낼 것 같습니다. 그럼 찰스는 안 보는 척 껴안는 걸로 일라이의 몸을 가늠할 것 같네요. 찰스는 일라이에게 관심이 많으니까요. 특히 관계를 가진 후에는, 대충 만져보기만 해도 대략적으로나마 몸무게를 가늠하는 지경에 이르렀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눈대중으로 구분할 수도 있지만, 일라이의 몸무게에 따라 자기 몸이 부딪쳤을 때 소리나 반응 등이 다르다는 걸 알았을 것 같거든요. (몸무게가 적을 때면 자길 받을 때 소리가 좀 더 힘겨워한다던가. 찰스를 보며 무겁다고 하는데, 떨쳐낼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 보인다던가 하는 식일 것 같습니다.)
놀이
둘은 때로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격한 섹스를 즐긴다는 걸 빼면 평범하게 즐길 것 같지만, 아주 가끔은 일라이의 배우 생활에 따라 특별한 놀이를 즐길 것 같기도 합니다. 일종의 역할극을 하는 거죠. 물론 찰스에게 상대 배우역 같은 걸 맡기지는 않습니다. 단지 외국 영화에서는 종종 19금 씬이 삽입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비슷한 장면을 연출해 보다 그대로 관계를 갖는 거죠. 아마 이것도 찰스가 제안하기보다는 일라이가 제안했을 겁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라이는 자기만 망가지는 것 같아, 그 사실이 분해서 가끔 찰스를 괴롭혀보고 싶어 할 것 같거든요. 찰스는 굳이 왜? 라는 의구심이 있지만 일라이의 말에 순순히 따라주고요.
일라이는 찰스에게 일종의 역할극 놀이를 제안해, 본인이 경찰역이라던가 하는 걸 맡아봤을 것 같습니다. 찰스는 범죄자로요. (왜 내가 범죄자인데? 실제랑 비슷한 편이 이입이 잘 되잖아.) 굳이 본인이 경찰을 한 이유는, 아무래도 찰스를 결박할 수 있고 추궁하듯 대할 수 있기 때문이겠죠. 물론 찰스가 풀려한다면 얼마든지 풀 수 있을 정도의 결박이고, 그걸 찰스도 일라이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찰스는 일라이가 자신에게 무엇을 할지 궁금해서 내버려 두고, 일라이는 그런 찰스의 여유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평소보다 조금 고압적인 태도로, 찰스의 다리와 그 사이를 제 발로 눌러봅니다. 그리고 찰스를 관찰하듯이 쳐다봐요. 네가 이것도 참을 수 있을까? 본다는 듯이요.
지금까지의 관계를 통해 찰스의 몸도 어느 정도 쾌락에 익숙해졌기에, 일라이가 자신의 중심을 누르면 그에 대한 반응을 보입니다. 그에 일라이는 성공했나? 생각하지만 찰스의 태도만큼은 평소와 그다지 다를 바 없습니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평온한 말투로 일라이 이런 걸 좋아해? 물어보는 거죠. 그럼 일라이는 내가 이런 걸 좋아할 리가 없잖아 하고 타박합니다. 여전히 여유로워 보이는 찰스의 태도가 일라이의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일라이는 찰스를 의자에 앉혀놓은 채로, 찰스의 페니스를 자극한 뒤 삽입을 시도해 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죠. 아마 지금까지는 항상 찰스가 삽입을 해왔기에, 일라이는 저 몽둥이를 직접 자신의 몸에 넣어본 경험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확히 어느 지점에 넣어야 되는지도 모르고, 간신히 찾은 구멍에도 잘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게 너무 커서 그런가? 고민하던 일라이는 먼저 크기를 줄이고 집어넣자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찰스는 쉽게 가는 타입이 아니라 그것도 잘 안됩니다. 그걸 보고 있던 찰스는 이렇게 저렇게 입을 열어 조언하지만, 이미 열받아 있는 일라이의 귀에는 잘 안 들렸을 것 같네요.
이후 어찌어찌 삽입까지는 성공하지만, 본인이 원하는 수치의 쾌락은 얻지 못해서 스스로 찰스의 결박을 풀게 되는 결말을 맞이할 것 같습니다. 찰스는 이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여유로운 태도가 가능했을 것 같네요.
들박
둘이 많이 해봤을 것 같은 자세입니다. 아무래도 찰스는 힘이 좋으니까요. 또, 힘든 시기의 일라이가 어느 정도 선호할 것 같은 자세입니다. 일라이의 작품을 진행하는 중에는 여러모로 관계를 참는 일이 많아서, 촬영이 끝난 뒤에 하는 일이 많았을 것 같기도 하네요. 아마 작품 진행 중에는 흥분할 일이 생기면, 서로 페니스를 만지며 적당히 보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작품이 끝나면 폭주하는 관계가 되는 거죠.
두 사람이 현관에서 입을 맞추고, 찰스는 자연스레 일라이를 들고 이동합니다. 그럼 일라이는 자연스럽게 찰스의 목에 제 팔을 두릅니다. 딱히 찰스가 자신을 떨어트릴 것 같진 않지만, 이미 삽입을 진행한 상태라면 여러모로 자극을 줄이기 위함이 큽니다.
현관에서부터 섹스를 위한 전희를 시작했다면, 거실에서 하기보다는 침실로 이동하는 걸 훨씬 선호할 것 같습니다. 거실에서는 창문이라던가 거울 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일라이가 자신의 모습이 비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일 것 같네요.
이 시기만큼은 평소 몸에 자국을 남기는 걸 싫어하는 일라이도 어느 정도는 허용해 줘서 일라이의 몸에 자국이 남는 얼마 안 되는 시기일 것 같기도 합니다. 반면 일라이는 찰스의 몸에 어느 정도 항상 자국을 남길 것 같아요. 일부러 그런다기보다는 간혹 느끼는 쾌락과 고통에 의한 손톱자국이라던가, 그런 것 들이지만요. 때문에 일라이는 자기가 찰스의 몸에 남긴 자국을 보면 묘한 기분을 느낄 것 같습니다. 후에 갈수록 나름대로 만족스럽다고 생각할 것 같기도 하지만요. 찰스는 그런 일라이를 보면 아프지 않지만, 일부러 아프다는 이야기를 꺼냅니다. 찰스를 잘 아는 일라이에게는 씨알도 안 먹히지만요.
심야를 알리는 검푸른 색이 하늘에 퍼진다. 주위를 둘러보면 코앞에 있는 제 몸 하나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운색이었다. 그런 암흑 속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우자 문틈 새로 불어온 한기가 몸을 두드린다. 누가 봐도 여실한 새벽의 바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찰스가 천천히 시야를 돌려 시계를 바라보면, 초침은 이제야 오전 5시를 향해 가고 있는 게 보였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있어 이 시간은 하루를 시작하기에는 너무나도 이른 시간일 터이나, 누군가에게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하루가 시작될 시간이었기에 그는 가볍게 기지개를 켜고는 침대 밖으로 몸을 빼냈다.
따르르릉.
그가 몸을 빼냄과 동시에 알람 시계가 제 존재감을 알리고 싶기라도 한 듯, 요란히 울린다. 긴 팔을 뻗어 평소처럼 시계를 진정시킨 찰스는, 보드에 붙여놓은 오늘의 일정을 확인한다.
6시, 샵 방문.
8시, N사 아침 토크쇼.
11시, 블루 프레임. Z사 잡지 인터뷰.
13시, 라 프로메사. 식사.
14시, 히어로 촬영장 이동.
6시까지 샵에 방문하려면 40분 가량 차로 이동을 해야 했기에, 슬슬 자고있을 옆집의 애인을 깨워야 했다. 평소였다면 알아서 일어나 있을 시간이지만, 오늘은 늦게까지 이어진 촬영으로 새벽이 되어서야 귀가했기에 아직 자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걸 생각하면 좀 더 자게 두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매니저의 일이라는 건 이런 것 아니겠나. 특히 오늘 나갈 아침 토크쇼는 그가 출연에 상당히 심혈을 기울인 프로그램이었으니, 가능한 철저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할 터였다. 배우 일라이 하우저는 도무지 남에게 빈틈을 보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 인물이었으니까. 뭐, 이런 걸 말한다면 그가 그러지 않은 날이 있었냐는 질문이 돌아올지도 모르지만, 마음이라는 게 항상 똑같은 수평선을 유지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찰스는 작은 열쇠 하나를 챙겨 문을 열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그 열쇠를 제 바로 옆집에 꽂는다. 저항 없이 돌아간 문은 고요하게 열렸다. 그는 익숙하다는 듯, 열린 문을 알고 집 안을 향해 발을 딛는다. 빛이라고는 들어오지 않는 새카만 암막 커튼이 쳐진 거실, 최소한의 생활감만 존재하는 소파와 같은 가구들. 그 사이를 거닐다 보면, 안쪽에 있는 침실이 보인다. 문을 열고 그 안을 들여다보면, 거대한 인기척을 느낀 듯 잠시 험하게 인상을 찌푸리는 밀색 머리카락의 청년이 있다.
일라이 칼렙 하우저.
찰스 치코 바넷의 애인, 고용인, 호그와트 동창, 스타. 그 무엇으로 불러도 맞다. 하나는 본인이 무척 싫어하는 호칭이겠지만. 찰스는 여태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일라이에게 다가가, 손으로 접힌 이마를 문지르며 머리 밭에 걸터앉는다.
“이제 일어나야지, 일라이.”
하지만 여전히 인상을 쓸 뿐, 하늘빛 눈이 보이지는 않는다. 어쩔 수 없나? 찰스는 그리 생각하며, 아예 그의 팔 아래로 제 팔을 넣어 그를 안았다. 그러자 드디어 색다른 반응이 돌아왔다. 일라이의 눈이 몇 번 깜박임과 동시에 이지가 돌아오고, 어둠에 잠겨있던 하늘색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신경질적으로 찌푸려져 있던 인상은 찰스를 발견하고는 평온하게 돌아온다.
“놀라지 않네?”
“이런 존재감을 가지고, 날 이렇게 대할 게 너 빼고 누가 있다고.”
“그런가? 꽤 있을 것 같은데.”
“그래. 너뿐이야.”
일라이가 침대를 더듬어 무언가를 찾는다. 그걸 본 찰스는 그에게 현재 시각은 5시 5분 정도 되었다며 속삭이듯 말하고는, 그를 바닥에 내려두었다. 고개를 끄덕인 일라이는 내려앉은 제 머리를 쓸어올리며 욕실을 향한다. 그가 씻고 나온다면 알아서 차에 내려올 것을 알았던 찰스는, 침을 챙겨 먼저 집을 나섰다.
그리고 자신의 차를 뒤적이고 있는 파파라치를 만났다.
“젠장. 이 차도 안은 전혀 안 보이는군.”
주문 제작을 넣은 마법사의 자동차였으니, 고작 저런 잡놈에게 털릴 리 없다. 그걸 알고 있던 찰스는 관람하듯 파파라치의 행동을 살폈다. 차 문을 여는 데 실패한 파파라치는 안 대신 바깥을 샅샅이 뜯어보기로 한 듯 무릎을 꿇은 채 바닥까지 파내고 있었다. 그러면서 배우의 수입이, 과소비, 국산 차가 아닌 외제차……그리 여러 단어를 중얼거렸는데, 그제야 그는 파파라치가 저 차를 일라이의 차로 착각했음을 깨달았다. 뭐, 일라이의 연인이자 매니저의 차였으니 아예 틀리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었지만.
“특종이 필요하다고, 대배우씨. 협조 좀 해주라?”
“어떤 특종을?”
“그야 당연히 일라이 하우저의 사생……!!!”
머글들이란 왜 대체 남의 사생활을 궁금해하는 걸까? 의문이 든 찰스는 슬슬 저 파파라치에게 개입하기로 했다. 이제 곧 파파라치를, 아마도 호그와트보다 더 싫어하는 제 애인이 이곳에 내려올 예정이었으니 그 전에 치우자고 생각한 탓이었다. 찰스의 물음에 본능적으로 대답하려던 파파라치는, 드디어 이상함을 깨달았는지 옆에 앉아있던 그를 보며 비명에 가까운 악을 질렀다.
평소처럼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파파라치에게 대답하니, 오히려 상대는 못 볼 것이라도 본 듯이 펄쩍 뛰었다. 일라이 하우저가 왜 너랑 사귀냐, 지인 중에 이렇게 키 큰 사람이 있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이렇게 키가 큰 매니저가 어디 있냐. 다 거짓말이지? 그와 일라이를 뭐라고 여기기에 저런 물음을 던지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찰스는 굳이 저 머글의 호기심을 해결해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어차피 오늘 이후면 안 볼 사람이 아닌가. 다만 머글이기에 마법을 써 한 번에 멀리 쫓아내는 수단을 쓰지 못해 조금 번거롭다고 느꼈다. 그래도 그의 체격 자체는 마법 사회뿐만 아닌 머글 사회에서도 상당히 유용한 수단이었으니……, 찰스가 파파라치를 향해 가볍게 한 걸음을 디뎠다.
“두고 보자!”
그러자 파파라치는 찰스에게 거대한 압박이라도 느낀 듯, 누구보다도 빠르게 자리에서 도망쳤다. 어차피 잠시 가까워진 그 찰나에 카메라 안에 담긴 내용은 무언 마법으로 지워버렸기에, 굳이 쫓아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찰스는 그대로 차에 올랐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것도 모르는 일라이가 내려온다. 그는 평온한 표정의 찰스를 보고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물었다.
“오늘, 아무도 없었어?”
“뭐가?”
“쓰레기들. 슬슬 붙을 때가 됐는데.”
“잘 모르겠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있겠지?”
의아해하는 그를 태우고, 찰스는 액셀을 밟았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6시, 샵 도착.
7시 40분, N사 도착. 토크쇼 진행자와 인사를 나눈다.
8시, 녹화 시작.
“네. 오늘의 토크쇼 초대자는 할리우드의 어린 대스타. 일라이 하우저입니다. 모두 아시죠? 설마 그의 이름을 모르는 분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할리우드를 안다면, 저를 모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녹화 시작과 동시에 그가 보고 있던 일라이는, 배우 일라이 하우저가 되었다. 오롯이 작품만을 탐하고, 누구보다 뛰어난 배우가 되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그에게는 미미한, 사람을 불태울 만큼의 어떤 거대한 열망이 있는 사람이. 찰스는 앉을 것이라도 가져다주냐는 스탭들의 제안을 거절하고서는 그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 시선을 분명 일라이도 느꼈을 것이나, 부러 이쪽을 쳐다보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토크쇼를 진행하던 일라이가 가볍게 웃는다. 찰스는 어쩐지 그 웃음이 평소와 다르다고 여겼다.
불편한 질문이 나오면 사정없이 얼굴을 구긴다. 그러나 대답은 솔직하다. 이건 그가 아는 일라이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가 대답하는 것들은 찰스가 이미 아는 것도, 모르는 것도 있어서 나름대로 흥미로운 시간이 지나갔다. 다음 작품에 대한 것,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 좋아하는 영화, 작품을 고르는 기준, 그리고 어머니의 그늘. 일라이 하우저에게 어머니 일리아나 하우저에 대한 이야기는 일종의 자상이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자에게 질문을 받아온 만큼, 그를 모욕하는 것만 아니라면 일라이는 어느 정도 이야기를 넘길 줄 알게 되었다. 그게 묘하게 7학년 시절의 그와 교차되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찰스는 가볍게 고개를 기울였다.
“그럼 마지막 질문입니다.”
“좋습니다. 뭐죠?”
“일라이 하우저씨는 할리우드의 대스타로 성장한 만큼, 그 연애사도 많은 사람의 관심사인데요. 혹시 현재 사귀는 사람이 있나요?”
그 말에 일라이의 시선이, 찰스를 향한다. 계속 일라이를 쳐다보고 있었던 찰스는 네 뜻대로 하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자 일라이는…….
“숨길 이유는 없겠죠. 네. 현재 매니저와 사귀고 있습니다.”
그냥 질러버렸다. 일라이의 폭탄 발언에 스튜디오에서 짧은 환호성이 터진다. 몇몇 스탭들은 찰스에게 다가가 본인의 이야기냐고 묻기도 했다. 질문을 들은 찰스는 그저 웃으며, 제 약지에 걸린 반지를 두들겼다. 일라이 하우저의 손가락에 끼인 반지와 똑같은 반지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대답이었기에, 그들은 연신 부럽다는 말을 할 뿐이었다.
그렇게 토크쇼가 마무리되었다. 바깥에서 본 일라이는 여전히 토크쇼에서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으나……찰스는 그에게 담배 한 개비를 건넸다.
“곧 잡지 인터뷰인데.”
“밀착해서 하는 건 아니잖아?”
마침 피우고 싶었던 것인지, 그리 대답하자 일라이는 반박하지 않고 불을 피웠다. 연기가 하늘을 타고 조금씩 올라 간다.
“올해도 금연은 못 하겠네.”
“일하다 보면 피우고 싶어지니까. 넌 피우고 싶던 적 없나?”
“글쎄. 딱히? 네가 피우는 걸 보면 조금 궁금하기도 한데, 또 피우고 싶진 않아.”
“맛이라도 묘사해줘?”
“아니.”
“그럼 궁금증을 해결한 방법은 없겠군.”
일라이가 사람이 없는 반대편으로 연기를 내뿜어내고는, 근처에 있던 돌에 담배를 지졌다. 그리고는 슬슬 이동하자는 듯, 두 사람이 타고 온 차를 향해 발을 틀었다.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던 찰스는 잠시 생각하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 그리 속삭이듯 말하며 일라이의 어깨를 잡고는 고개를 내렸다.
삭막한 입술이 맞닿는다.
매캐한 향이, 입을 타고 흘러들었다.
조금은 놀란 듯 움찔거리는 상대의 몸을, 그대로 고정하는 게 그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가 눈을 뜨면, 허공에서 두 개의 시선이 마주친다. 숨을 빼앗긴 일라이가 찰스를 밀어내면, 이번에는 순순히 밀렸다. 흐트러진 숨을 몰아쉰 일라이는 그에게 물었다.